두바이 부동산, 이제는 ‘조각’으로 소유한다

두바이에서 본 자산 토큰화의 새로운 흐름

최근 두바이 부동산 시장에서 ‘토큰화(tokenization)’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자산 토큰화는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부동산과 같은 실물 자산을 디지털 토큰으로 나누어, 여러 사람이 소액으로 공동 소유하고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개념이다. 단일 고가 자산을 조각처럼 분할하여 접근성을 높이는 이 방식은, 미래의 부동산 투자 지형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고가 자산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기술

자산 토큰화는 수십억 원에 달하는 건물이나 부동산을 수천 개의 디지털 조각으로 분할한 뒤, 이 조각을 각각의 토큰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방식이다. 투자자는 최소 5백 디르함(약 18만 원)만으로도 한 부동산의 일부를 소유할 수 있으며, 해당 토큰을 통해 임대 수익과 매각 차익을 지분에 따라 배분받는다.

이 디지털 토큰은 블록체인 위에 기록되어 거래 투명성과 보안성을 확보하며, 언제든지 사고팔 수 있다. 기존의 부동산 소유권과는 달리 유동성 면에서도 큰 장점을 갖는 셈이다.

투자 방식의 진화: 단독 구매에서 조각 투자까지

과거의 부동산 투자는 단독 구매가 일반적이었다. 자금 여력이 있는 개인이 부동산 전체를 매입해 직접 임대 수익이나 시세 차익을 얻는 구조였다. 이후에는 지인들끼리 자금을 모아 공동 구매하는 방식이 나타났지만, 의견 충돌이나 분쟁 등의 리스크가 컸다.

보다 전문적인 방식으로는 SPV(Special Purpose Vehicle, 특수목적법인)를 설립해 공동으로 부동산을 취득하는 방식이 확산되었다. 이 경우 명확한 계약과 수익 분배 구조를 갖출 수 있으나, 여전히 한정된 인원만 참여할 수 있다는 제약이 있었다.

자산 토큰화는 이러한 기존 투자 구조를 넘어서, 서로 모르는 다수의 투자자들이 하나의 자산에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다.

두바이, 글로벌 토큰화 시장의 선두주자로

2025년 3월, 두바이 토지청(DLD)은 VARA(가상자산 규제청), 두바이 미래재단(DFF)과 함께 부동산 토큰화 이니셔티브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는 두바이 경제 전략인 ‘D33’의 핵심 프로젝트 중 하나로, 향후 부동산 거래의 디지털 전환 확대를 목표로 한다.

공식 승인된 투자 플랫폼(SmartCrowd, Stake 등)은 투자 대상 부동산을 SPV 명의로 등록한 후, 그 지분을 디지털 토큰으로 분할해 투자자에게 판매한다. 투자자는 플랫폼 가입 및 KYC(고객확인절차)를 완료한 뒤, 원하는 수량의 토큰을 구매할 수 있다.

보유한 토큰에 따라 수익이 자동 분배되며, 향후 토큰을 다시 매도하거나 해당 부동산이 매각되었을 때 지분에 따라 수익을 회수할 수 있다.

리츠(REITs)와의 차이점

자산 토큰화는 종종 리츠(REITs)와 비교되기도 한다. 두 방식 모두 부동산에 대한 소액 투자를 가능하게 하지만,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리츠는 투자자가 부동산 회사에 간접 투자하는 구조로, 여러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배당받는다. 반면, 자산 토큰화는 특정 부동산의 지분을 디지털 방식으로 직접 보유하는 구조에 가깝다.

즉, 리츠가 ‘간접 투자’라면 토큰화는 ‘디지털 기반의 직접 투자’에 해당한다.

미래의 가능성, 그리고 현재의 현실

두바이 정부는 2033년까지 전체 부동산 거래의 7%가 토큰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예상 규모는 약 600억 디르함, 한화로 약 23조 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물론 아직은 초기 단계이며, 제도적 뒷받침과 시장 신뢰 형성, 그리고 투자자 교육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하지만 한 채가 아닌, 한 조각으로 시작하는 부동산 투자는 분명히 새로운 시대의 흐름이 되고 있다.

열린 사고와 기술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투자자라면, 지금이 바로 ‘디지털 부동산’에 관심을 가져보기에 적절한 순간일지도 모른다.

글 | 아라코 부동산 (ARAKO Real Estate)